애니메이션

[네거포지 앵글러] 어른이 된다는 것, 이혼한 가정에 대한 살짝만 따뜻하고 담담한 관찰 - 8화 "부모 자식 관계, 아이의 성장"

flyxiv 2025. 2. 10. 00:37

네거포지 앵글러는 주 테마가 낚시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빠르게 빠르게 전개하여 계속 관객을 사로잡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달리 느긋하고 잔잔한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일상 애니메이션이다.

 

1쿨 애니라 가뜩이나 분량이 부족한데, 전개마저 느긋하니 많은 걸 넣을 시간은 당연히 안 된다. 작품도 그걸 잘 알고 서두르지 않는다. 이 작품의 분위기처럼, 최대한 뭔가를 벌이지 않고, 전달하고 싶은 것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천천히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다보면 이런 느긋함이 부러워진다. 캐릭터들에게 사람 냄새를 풍기게 한다. 최근엔 느끼지 못한 인간미, 그걸 느낄 수 있는 게 좋아서 매주 금요일마다 돌아오게 된다.

 

 

매주 금요일 24분 동안은 바쁜 걸 다 잊고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해준 네거포지 앵글러. 그 중 제일 인상깊게 봤던 화는 주인공이 일하는 편의점의 점장이자 낚시 패밀리 중 한명인 마치다 점장이 이혼 후 전 부인 쪽에 맡겨진 아들을 볼 수 있는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담은 8화 "부모 자식 관계, 아이의 성장" 이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매니아층을 노리는 작품들보다 "지", "메달리스트", "네거포지 앵글러" 처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주 수입원인 BD, 피규어 같은 산업에는 불리하겠지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는 건 전반적 인기에 긍정적인 흐름인 것 같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작품이 많아져서 좋다.

 

8화는 플롯을 이어가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주변 인물에 대한 일상화라 이전 화의 내용을 잘 몰라도 이해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마치다 점장이 이혼했고, 그의 아들이 유우이고,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아이라는 것만 알면된다.

 

 

1. 아들과 망둥이 낚시를 가기로 한 마치다 점장. 

고대하던 아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너무 가끔씩 보다 보니 어색한 유우와 마치다 점장의 사이가 둘 사이 거리로 잘 표현된다.

지하철로 오는 아들을 배웅하러 온 마치다 점장과 그를 응원하러 같이 망둥이 낚시를 하러 온 주인공 일행

 

낚시터로 향하는 동안의 어색한 분위기가 두 인물간 간격으로도 묘사된다.

 

이번 화의 낚시 장소.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기 전 지점이라 둘의 중간 정도의 성향을 띄는 지점이라고 나중에 설명한다.

 

같이 낚시함에도 꽤 멀리 서있는 둘.

 

2. "가족"의 의미 1 - 유우의 오늘 첫 낚시 성공

낚시를 아빠가 부를 때만 하는 유우라 망둥이가 잘 안 잡힌다. 입질을 기다리면서 건너편을 보니 유우가 원하던 낚시의 모습이 보인다.

 

건너편을 보니 온 식구가 같이 물고기를 잡고 기뻐하는 광경이 보인다.

 

건너편 가족을 보여준 다음 혼자인 유우의 모습을 보여줘 상황을 대비시킨다.

 

이 때, 마치다 점장은 망둥이를 못 잡고 있는 아들을 도와주기 위해 다가온다.

 

 

아빠의 말 대로 바위 아래쪽으로 던지니 망둥이가 잡힌다. 이는 유우가 혼자 잡은 물고기가 아니라, 유우가 원하던 것처럼 아빠와 함께 노력해서 잡은 망둥이라는 게 의미가 있다.

 

 

처음보다 조금 가까워진 둘 사이 거리

 

 

3. "낚시로 가까워졌지만".. 낚시로 인해 또 멀어지는 둘

아까의 월척으로 좀 더 아빠와 가까워진 유우는 자기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할 말이 없어서 간단한 안부를 물어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가면 알 수 있듯 사실 유우는 아빠 없이 자라면서 많이 허전함을 느끼는 중이었고, 그래서 혹시 아빠도 자신처럼 느끼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아들의 의도를 전혀 눈치 못 채고 아니라고 대답하는 아빠. 이미 점수 깎였다.

 

 

 

이후 다시 한 번 아빠에게 기회를 준다. 유우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예전에 엄마랑 셋이 같이 낚시하러 갔을 때가 기억나냐며 아빠와 추억을 떠올리려고 한다.

 

 

 

 

 

낚시하러 갔을 때 유우의 기억은 "나, 아빠, 엄마가 겪었던 일", 즉 "가족"이 중심이다.
하지만 아빠의 기억은 "자신이 뭘 낚았는가", 즉 "낚시"가 중심이다.

 

아빠에게 다시 한 번 실망하며 다시 단절되는 대화

 

4. "물고기마다 맞는 크기가 있다" - 유우를 이해하지 못해 다시 더 멀어지는 둘

그 후, 유우는 아빠는 왜 이렇게 낚시가 좋냐고 묻자, 아빠는 "큰 물고기를 잡으면 흥분된다" 고 말한다. 그런데 양동이 속 망둥이들은 모두 작다고 하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아빠.

 

 

 

각자 어울리는 크기가 있다. 이번 화의 큰 주제 중 하나다.

 

 

그 후, 다시 아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떠올린 아빠.

 

 

 

유우가 원하는 건 "뭔가를 사주는 것" 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그러지는 유우의 표정.

 

자신의 의도를 몰라주는 아빠에게 크게 실망한 유우. 결국 낚시대를 들고 다른 곳으로 가서 낚시를 하게 된다.
유우가 떠나자 절망감에 돌이 되는 연출이 재밌다.

 

 

작품은 2화부터 마치다 점장이 이혼했다는 걸  알려주지만, 한 번도 왜 이혼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시퀀스들로 "낚시에 미쳐, 가정에 소홀한 게 문제가 되어 이혼했을 것이다" 라는 걸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현재 마치다 점장이 이혼한 구체적인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아내는 "가정에 더 충실"하길 바라고, 마치다 점장은 "낚시가 너무 좋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둘은 이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위 내용이 참이려면 큰 전제가 있어야 한다: "낚시와 가족의 관계는 대립된다"는 것이다.

 

 

사실 아까 유우와 마치다 점장이 함께 물고기를 낚을 때, "낚시"를 매개체로 둘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그 전제가 틀렸을 약간의 가능성이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둘의 대화 떄문에 다시 평소처럼 "낚시"로 인해 둘이 멀어지게 되었다. 희망이 보이던 관계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이전보다도 더 멀어지게 된다.

 

 

5. 토시나시

아빠가 있던 자리에서 나와서 주인공 일행과 같이 낚시하던 유우. 구경하던 또래 아이들에게 엄청 큰 감생이인 "토시나시 "에 대해 듣게 된다. 이에 흥미가 생겨 아빠에게 돌아가 물어본다.

 

 

갑자기 왜 토시나시에 관심이 생겼을까? 그건 유우의 다음 대사에서 나온다.

 

 

아빠의 "큰 망둥이(20cm)"를 잡으면 "뭐든 원하는 걸 사준다" 한 것과 대비되는, 더 큰 "토시나시(50cm)"를 잡으면 "집으로 돌아와" 달라는 유우의 대사는 유우가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황한 마치다
무모한 부탁이니 잘 얘기해서 달래보려고 했는데, 멋대로 승낙하는 하나
당황해서 하나를 따로 불러내 얘기하는 둘
토시나시는 유우의 대사로 인해 "가족의 재회"를 상징하게 되었고, 이는 "잡히면 기적"이라는 걸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도 유우처럼 부모가 이혼한 상황이라, 더 몰입해서 계속 소극적이고 회피하려는 마치다를 꾸짖는다.

 

이로써 결심하고 유우와 함께 도전하기로 결정한 마치다 점장

 

 

낚시로 어떻게 이런 일화를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의 바람이 담긴 무모한 질문. 그리고 어른들의 사정으로 닿을 수 없는 경계에 있음을 알기에 당황해하는 마치다 점장. 토시나시를 잡는 것도 "기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유우의 바램대로 마치다 점장이 집에 돌아오는 것도 "기적"이다. 이 무모한 길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일단 하는 데까지 해 보기로" 한다.

 

 6. 기적?

토시나시를 잡아보기로 한 유우를 위해 우선 마치다 점장은 망둥이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한 큰 바늘로 바꿔준다.

 

 

 

그 후 몇 시간동안 낚시대를 던져보지만 당연히 좀처럼 잡히지 않고, 슬슬 낚시를 접어야 하는 늦은 오후가 되어간다.

 

 

이에 유우에게 돌아가자고 하지만, 유우는 직접 찾아봐서 "해질녘에 감생이가 제일 활발하다는" 걸 알게 되어, 더 해보겠다고 한다.

 

항상 아빠가 알려준 대로만 낚시하다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스스로 향하게 된 유우의 성장을 보여준다.
유우를 응원하기 위해 음료수를 사러 자리를 비우는 마치다

 

 

그리고 해는 거의 저물어 갈 때 쯤, 큰 입질이 온다.

 

 

음료수를 사러 간 점장을 대신해 유우를 봐주고 있던 동료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엄청 큰 감생이가 잡힌다. 역시 픽션인가..?

 

모두가 큰 감생이를 잡은 것에 환호할 때, 원줄이 두꺼운걸로 바뀐 걸 눈치 챈 주인공 츠네히로. 알고보니 아까 바늘을 바꿀 때 마치다 점장이 같이 바꿔준 것이다.

 

 

 

마치다 점장 입장에선 엄청 난감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애니메이션적 혀용으로 이 물고기를 잡은 건 좋은데, 어떻게 이걸 마무리지으려고 하는 걸까..?

 

7. 단순한 기적으로 끝날뻔한 픽션을 깊이있는 우화로 바꾼, 감독의 반전 전개

앞 상황에서, 보통이면 여기서 이후에 어떻게 풀어 나갈까? 가장 뻔한 방법은 잡힐 줄 몰랐던 토시나시가 잡히면서 아빠가 마음을 고쳐먹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변하는 것일 거다. 컸으나 아쉽게 토시나시의 기준인 50cm를 못 넘겨서 여운을 남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네거포지 앵글러"는 더 인간적인 전개를 선택한다.

 

여기서 유우가 감생이를 놓아달라 한다. 사실 유우가 제일 잘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는 츠네히로
아빠가 정말 잡길 바라지 않았으면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게 얇은 줄을 그대로 뒀을 것이다. 아빠도 유우가 진심으로 토시나시를 잡기를 바랬었고, 따라서 토시나시는 유우가 혼자 부리는 "어리광"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잡은 "기적"이 맞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걸 건너편에서 보고 있었던 마치다 점장.

 

이번 낚시터닌 바다와 강 사이의 중간 지점 정도로,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사는 유우의 상황과 비슷하다. 풀어준 감성돔은 바로 자신이 가야 하는 바다 쪽으로 향한다. 결국 유우도 둘 다 함께할 순 없고 한 쪽을 선택해서 갈 수 밖에 없다.

 

 

토시나시를 못 잡은 척 하는 유우. 아까 집에 돌아와달라고 할 때 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이다.

 

 

 

이 대사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아까 "물고기마다 큰 크기가 다르다" 라고 마치다 점장이 말했었다.

    - 망둥이는 작은 물고기라 20cm 정도가 한계다
    - 토시나시 감성돔은 큰 물고기라 50cm이상도 볼 수 있다.

 


1) 유우는 원래는 "토시나시", 즉 "아빠와 엄마의 재회"를 원했다.

 

2) 하지만 그들이 낚시하던 곳, 그리고 유우의 부모님은 유우의 바램을 이루어 줄 수 없는 환경이다. 여기는 감성돔이 주로 사는 곳이 아니고, 유우의 부모님도 다시 합치기엔 서로 너무 다르다. 결국 유우에게 가능했던 건 거대한 "감성돔"이 아니라 "망둥이" 정도이다.

 

3) 유우는 그런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고, "50cm"의 대형 감성돔이 아닌, 그래도 망둥이 중에서는 가장 큰 "20cm" 정도의 현실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여기서 20cm의 현실은 부모님끼리 합치는 100%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그래도 낚시 덕분에 좋아하는 아빠와 최대한 밤 늦게까지 함께 낚시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인생이 이런 것 아닐까. 코난 오브라이언이 "인생을 살면서 항상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순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래도 정말 멋진 일들이 생길 거다" 라고 했듯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면 항상 과거보단 나은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기회를 얻을 때가 많았다.

 

유우는 오늘의 낚시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훨씬 더 어른스럽게 성장했다.

 

8. 오해할 여지가 많은, 전달이 잘못된 마지막 장면

 

풀어준 뒤 강 위쪽으로 올라간 토시나시처럼, 유우도 엄마쪽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유우는 재회는 불가능한 걸 이제 알지만, 그걸 알고 일찍 포기하는 다른 어른들과 다르게 유우는 포기하지 않고, 아빠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떠나는 유우에게 뭐라고 외치려고 하다가 포기하는 마치다 점장. 이런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 너무 좋은 것 같다.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아마 "그래 꼭 셋이 같이 가자" 라는 말을 하려던 것 아닐까.

 

유우와 달리, 마치다 점장은 유우 옆에 있는 전 부인을 위해서라도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말의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차마 말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유우를 보내준 뒤 혼자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닦는 마치다 점장. 그 후 다른 낚시 멤버인 "아루아"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다시 그 낚시터로 가서 토시나시를 잡자고 얘기하는 걸 끝으로 에피소드가 끝난다.

우는 모습이 아닌, 안경 옆에 고인 눈물로 대신하는 담담한 연출
낚시 덕분에 유우와 마치다 점장은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낚시 약속을 또 잡는다.

 

 

엔딩의 전달이 살짝 아쉬웠다. 실제로도 저 에피소드의 감상평들은 "저렇게 아이가 노력하는 데도 바뀌질 않는다", "왜 이혼했는지 알겠다" 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처음 봤을 땐 나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그 전 쇼트에서 마치다 점장의 안경에 맺힌 눈물을 보면 그는 분명히 바뀌었다. 감독은 뭘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마 이런 것 아니었을까

 

 

 

 

1) 마치다 점장은 낚시에 미친 사람이다. 아무리 누가 바꾸려고 해도 그는 낚시를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낚시임에도 그것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고, 아들과도 멀어지며 낚시는 "포기할 순 없지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나쁜 취미"라는 죄책감을 계속 달고 살지 않았을까.

 

2) 하지만 아까 말했던 마치다 점장이 이혼해야 했던 전제, "낚시를 하면 가족과 멀어지게 된다" 가 오늘 유우 덕분에 깨지게 되었다. 둘은 낚시 덕분에 소중한 추억을 남기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3) 그 대전제가 깨지면서 마치다 점장도 매우 희박하지만, "낚시를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그만의 "기적"을 바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4) 이제 낚시는 그가 현실을 희생해서 해야하는 제약이 아닌, 정말로 좋아해서 100%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취미"가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낚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유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 낚시나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의 재회를 상징했던 그 "토시나시"을 잡는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간다. 그건 그가 불가능해 보였던 낚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족을 재회시키는 "기적"을 위해 유우처럼 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의미한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렇게 이혼 가정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신파로 가지 않고 덤덤한 연출로 "가족"이 아닌 "마치다, 유우, 엄마" 개개인에 집중하는 이 작품의 연출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내내 동료들은 마치다가 안타까웠겠지만, 하나가 유우의 제의를 승낙하는 것 외에는 끝까지 "관찰자"의 태도를 유지하며 속으로만 응원을 한다. 그들은 "낚시"를 하는 동료들이라, 낚시를 같이 즐기는 것까지가 그들의 관계의 경계선임을 잘 알고 그 이상 서로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가 동료들의 일에 발벗고 나서는 소년 애니메이션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보는 내내 마치다 점장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했다. 마지막에는 그래도 다른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처럼 안될 걸 알면서도 감정이 폭발하여 꼭 같이하자는 열변을 토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네거포지 앵글러"는 현실적인 내러티브를 중요시 하는 작품이다. 현실의 내가 놓인 상황이었다면 나도 마치다 점장처럼 저렇게 망설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네거포지 앵글러"는 절제되고 여운이 남는 전개로 훨씬 더 현실성 있는 여운을 부여하여, 더 용기를 내고 적극적이어야 했을 상황에 그러지 못했던 우리의 비슷한 과거를 따뜻하게 감싸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